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노랫소리 단 몇 초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는 여자. 내 ‘최애’ 뉴요커. 하나밖에 없는 내 영원한 디바. 마리아 칼라스. 난 그녀의 흔적을 찾아보러 이곳 라 페니체 극장에 오는 데 어찌어찌하다 16년이나 걸렸다. 마침 올해는 그녀가 100세가 되는 해. 공연 중이 아닌 텅 빈 극장 안에 말없이 앉아 있자니, 내 카메라 렌즈는 눈부시도록 화려한 19세기 이탈리아 장식과 건축양식을 숨 가쁘게 따라간다. 하지만 내 귀에는 오직 한 소리, 그녀가 부르는 애절한 아리아만 한없이 흐른다. 로열박스에 앉아 커튼으로 가려진 무대를 볼 때도. 이미 오래전에 조용히 우리를 떠난 그녀의 몇 안 되는 사진을 볼 때도. 귓전을 때리는 그녀의 목소리, 또 간간이 들리는 그녀의 숨소리.
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대끼고, 때로는 사랑하고, 또 미워한다. 그 많은 사람 중에 인생의 디바는 단 한 사람. 이미 떠나간 디바를 다시 찾아가 보는 나는, 공연도 없을 때 이 극장을 찾는 나는, 나 자신의 잃어버린 사랑을 추억하고자 하는 것이다. 그녀의 흔적이 남겨진 곳에서나, 또 그렇지 않은 곳에서나,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내 귀엔 그녀의 목소리, 숨소리가 들리는 건 이제 어쩔 수 없다. 이미 우리 곁을 떠난 한 멋진 사람을 100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생일 축하해 주는 게 바로 제대로 된 인간이다.
이 극장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많은 유명 오페라를 초연한 곳. 음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수들이 편애할 정도. 라 페니체는 이탈리아어로 ‘불사조’라는 뜻이다. 세 번의 화재로 다 타버린 극장을 그때마다 재건해서 오늘에 이르렀단다.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들이 생각해서 설계하고 만들어낸 문화유산을 필사적으로 보존하고 그토록 귀하게 여기는 이 나라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. 이 기적의 극장처럼, 불사조처럼, 아니, 옛 베네치아 공화국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처럼, 난 내 잃어버린 사랑을 찾으러 또다시 날아오를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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